2025 한국 연금 시스템

한국 연금 시스템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계성 분석 – 복지 중복인가, 보완인가?

dailyfreeincome 2025. 7. 1. 13:03

제도는 겹치는데, 왜 사람은 혜택에서 밀려나는가?

한국 사회에는 노후 보장을 위한 복지 제도가 다층적으로 존재한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연금 시스템과,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대표적 축이다. 두 제도 모두 노년층의 생활 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둘이 서로 충돌하거나, 한 제도가 다른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삭감되는 사례가 많다. 결과적으로 “연금을 열심히 낸 사람이 더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제도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 글에서는 한국 연금 시스템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어떻게 연계되고 있으며, 그 연계 구조에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두 제도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실질적인 복지 보완 체계로 작동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제시한다.

한국 연금 시스템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계성 분석과 문제

두 제도의 목적은 같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한국 연금 시스템과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두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설계 철학과 대상자 선정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 방식으로, 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납부하게 하고, 그 납부 이력에 따라 노후에 연금을 수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기여한 만큼 받는 구조다. 반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공공부조 방식으로,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인 국민에게 조건 없이 생계·의료·주거·교육을 지원한다.

문제는 이 두 제도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국민연금을 일정 금액 이상 수령하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서 자동 제외되거나 급여가 삭감되는 구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으로 월 40만 원을 수령하는 노인이 있다면, 이 금액이 소득으로 간주되어 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가 삭감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수급자가 오히려 무연금자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이 기초생활보장 탈락 사유가 되는 구조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를 기준으로 수급자를 선정하며, 모든 소득을 ‘소득인정액’으로 환산하여 심사한다. 여기에는 노동 소득뿐 아니라 공적 연금 수령액도 포함되며, 국민연금은 대부분 전액을 소득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한 노인이 국민연금으로 월 50만 원을 수급할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준선(1인 가구 기준 70만 원 내외)을 초과하게 되어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을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은 소득이 없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열심히 연금 낸 사람이 손해’라는 역차별 인식을 만든다. 국민연금은 성실히 보험료를 낸 이들에게 노후소득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인데, 그 수령이 오히려 다른 복지 혜택의 배제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제도의 연계 설계에 큰 문제가 있다.

또한,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은 생활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중복 수급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두 제도는 보완이 아닌 상쇄 작용을 한다. 그 결과, 일부 노인은 국민연금 수급을 포기하거나, 연금 수령 시점을 일부러 늦추는 등의 '복지 최적화 전략'을 택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며, 공적 복지 시스템의 설계 철학 자체를 흔들고 있다.

 

복지 상호배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 필요성

한국 연금 시스템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사이의 연계 문제는 기술적 조정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이는 두 제도의 존재 목적과 국민이 체감하는 형평성 사이의 근본적 불일치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중복 수급은 재정 낭비”라는 시각 아래 두 제도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왔지만, 이는 오히려 제도 불신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에는 공적 연금과 공공부조를 ‘보완 구조’로 설계한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독일은 일정 소득 이하의 연금 수급자에게 ‘기초보장금’을 추가로 지급하며, 영국도 공적 연금 수급자가 최저 생활수준 이하일 경우 추가 보충급여를 제공한다.

한국도 이런 구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즉, 국민연금 수급자라도 실제 소득이 기준선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병행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중복 수급’이 아니라 ‘소득 보완’이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다.

또한, 제도 연계 과정에서 국민연금 수급액 중 일정 비율만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소득환산 비율 조정 정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금 수급액의 70%만 소득으로 간주한다면, 일정 수준 이하 수급자는 기초생활보장의 수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제도의 보완성을 강화하는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제도 간 신뢰 회복과 실질적 보장을 위한 정책 제안

제도 간 충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책 철학의 일관성과 국민 신뢰 회복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한국 연금 시스템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에게 그 원칙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복지’가 아니라, ‘같이 누릴 수 있는 복지’라는 철학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둘째, 정책 설계 과정에 소득 구간별 복지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실제 수혜자 입장에서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도치 않은 복지 배제나 불이익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셋째, 복지 정보 포털을 통해 연금 수급자들이 자신의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생활보장 자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연금 수령 포기, 지급 지연 등 비정상적인 전략 선택을 줄이고, 제도 신뢰도는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제도 간 연계를 총괄하는 ‘복지 통합 조정위원회’ 같은 정책 거버넌스 조직을 신설하여, 중복 수급, 형평성 논란, 재정 지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조율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