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못 받을 연금에 왜 내야 하죠? MZ세대가 한국 연금 시스템에 분노하는 이유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연금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국민연금을 ‘국가가 강제로 걷어가는 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나중에 자신들이 수급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 불신은 단지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이나 오해 때문만은 아니다. 제도의 구조 자체가 MZ세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 수급 가능성과 납부 부담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존재한다. 또한 급격한 고령화, 낮은 출산율, 정규직 외 노동 구조 확대 등 현실적 요인들이 MZ세대의 불안과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연금 시스템이 왜 MZ세대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지, 구체적인 구조적·심리적 요인을 분석하고, 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방향의 제도 개편이 필요한지 제안한다.
MZ세대가 보는 한국 연금 시스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구조
MZ세대는 한국 연금 시스템을 ‘불공정한 부담 구조’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늦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며, 비정규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비율이 높다. 그러나 국민연금 제도는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소득이 일정치 않은 MZ세대는 납부 자체가 부담이 되고, 추후 수급액 역시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점이 자신들의 은퇴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은 신뢰를 더욱 떨어뜨린다. 예컨대 1995년생이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만 65세에 수급을 기대할 경우, 그 시점은 2060년을 넘어서게 되는데, 연금 기금은 2055년에 고갈될 예정이다. 이 말은 곧 ‘내가 낸 돈으로 남이 연금 받고, 정작 나는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구조적 요인 속에서 MZ세대는 연금을 보험이 아닌 세금으로 인식하며, 자발적 참여보다는 강제 납부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신뢰는 제도가 제공하는 ‘미래’에서 형성되는데, 이 세대는 미래 자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연금 수익률 vs 대체 투자 수단: 합리적 불신의 시작
MZ세대는 재무적으로 매우 계산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을 겨우 따라잡는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반면, 주식·ETF·연금저축펀드 등 민간 금융 상품은 평균 5~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MZ세대는 "매달 수십만 원을 국민연금에 넣느니, 차라리 스스로 투자하겠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이런 계산은 단지 감정적인 반감이 아니라, 수치 기반의 합리적인 판단이다. 국민연금은 고정된 구조에 기반한 반면, 민간 금융은 선택권과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MZ세대에게는 국민연금이 ‘기회비용을 잡아먹는 제도’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비교하며,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더 투명한 설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연금 기금 운용의 정보는 지나치게 기술적이거나, 일반인에게는 접근이 어렵다.
그 결과, MZ세대는 자신의 노후를 국가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관리하겠다는 경향을 보이며, 이 역시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제도가 아니라 ‘철학’이 안 맞는다, 세대 간 불균형의식
MZ세대가 한국 연금 시스템에 대해 느끼는 불신은 제도의 구조적 불이익뿐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철학적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기성세대는 낼 때는 적게 내고 많이 받았지만, 우리는 많이 내고 못 받을 것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를 세대 불공정의 대표 사례로 여긴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에 가입한 베이비붐 세대는 소득 대비 보험료율이 3~6% 수준이었고, 이후 단계적으로 인상됐지만 그동안 상당한 수익률을 누려왔다. 반면 현재의 MZ세대는 이미 9%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수급액은 기대보다 낮고, 수령 개시 시점도 계속 늦어지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연금을 ‘세대 간 부의 이전’으로 인식하며, “기성세대를 위한 제도를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나”는 근본적 거부감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청년의 의견은 정책 결정에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정치적 소외감도 결합되며, 연금 제도는 신뢰 상실 + 정책 거부 + 제도 회피라는 3중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한국 연금 시스템, MZ세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MZ세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편 이전에 소통의 철학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왜 연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납득 가능한 사회적 설명이 있어야 하며, 단순히 “안 내면 손해”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노후 안전망”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연금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수익률, 운용 방식, 리스크 구조를 쉽게 시각화하여 제공함으로써 MZ세대의 불안과 불신을 줄일 수 있다.
둘째, 개인화된 연금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누구나 모바일로 자신의 납부 내역, 수급 예상액, 연금 투자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된다.
셋째, 국민연금 외에도 퇴직연금, 개인연금, IRP 등과의 통합 관리 시스템을 제공해 ‘국가가 강제로 빼앗는 돈’이 아닌 ‘내가 구성하는 노후 포트폴리오’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MZ세대 참여 구조를 공식화해야 한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청년 패널, 시민 자문단,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실제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제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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